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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노동에 대한 새로운 철학" -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짧은 노동이 아니다 -

사륜 구동 2014. 9. 18. 18:14
노동에 대한 새로운 철학 노동에 대한 새로운 철학
토마스 바셰크, 이재영 | 열림원 | 2014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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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노동에 대한 새로운 철학"

-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짧은 노동이 아니다. 여가에 집착하게 하지 않는 좋은 노동이다 -


지은이 : 토마스 바셰크

옮긴이 : 이재영

펴낸곳 : 열림원

발행일 : 2014년 8월 25일 초판1쇄 발행

도서가 : 15,000원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경제적 자유를 꿈꾼다. 일을 하지 않아도 먹고 사는데 아무 지장이 없길 바라는 것인데, 말 그대로 희망사항일 뿐이지 실제상황은 그렇게 녹록치 않은게 현실이다. 서점에 가보면 이러한 샐러리맨들을 겨냥한 도서들 참 많이 있다. 부자처럼 사는 법에서부터 어떻게 하면 부자처럼 될 수 있는지와 같은 세부방법론에 이르기까지 참 다양하게 출간되어 있다. 그런데 이 책자는 그러한 트랜드와는 정반대의 내용으로 집필된 도서였다. <노동에 대한 새로운 철학>. 제목에 철학이란 말이 있어서 그런지 철학서적 같단 느낌이 든다, 어찌 보면 마르크스 경제학의 미시적 접근 아닌가 싶어 보이기까지 하는데 전혀 그런거 아니다.. 책 모퉁이에 쓰여진 부제를 보면 더욱 확실해진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짧은 노동이 아니다. 여가에 집착하게 하지 않는 좋은 노동이다".. 그런데 왜 책제목에 <노동>이란 말을 썼을까? <근로>란 단어도 있고, <일>이란 단어도 있는데 말이다. 원문 그대로 번역해서 그런건가? 아님 일부러?? 아무튼 제목에서는 "노동"한다는 것에 대해 노동자의 입장에서 썼을 것 같단 느낌이 살짝 들었는데 그런 것이 아니다.​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쉽게 말하자면 노동 그 자체를 어떻게 해야 일하는 자에게 가장 좋을 것인지 얘기하는 도서라 보는게 맞을 듯 하다.

저자는 독일인으로 현재 철학잡지 편집장으로 일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가? 제목에 철학을 가져다 붙인게... 아무튼, 책 서문, <들어가며>에도 저자 자신이 그동안 해왔던 일에 대해 쭈욱 나열하고 있다. 참 다양하고 별의별 일을 해왔더란다. 그런데 그것이 자신의 노동에 대한 가치관이 정립하게 된 자양분인 듯 하다..

 

책은 <들어가며>, <1부 일은 원래 이렇게 힘든 걸까?>, <2부 일과 삶의 균형? 헛소리다!>, <3부 나에게 맞는 일을 요구하라>, <부록>으로 구성되어 있다.

머릿말에 해당하는 <들어가며>에는 저자가 왜 이 책을 집필했는지를 알 수 있었다. 수긍이 가는 대목도 있지만 공감 안가는 내용도 있다. 그 내용을 그대로 옮겨본다..

"우리에게는 더 적은 노동이 아니라 더 많은 노동이 필요하다. 우리의 능력과 욕구에 부응하는 뜻 있고 좋은 노동이라면 말이다. 우리는 더 많은 자유시간이 아니라 좋은 노동을 위해 궐기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더 일찍 일을 끝내고 자유시간을 갖는 것이 아니라, 노동하는 시간을 더 낫게 개조하는 것이다. 탈진을 막아주는 최선의 방책은 일하는 사람에게 잘 맞도록 노동을 바꾸는 것이다." 허허... 저자는 현 시대에 이게 실현 가능하리라고 보는지 궁금했다...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어렵지 않을까 싶다..

이외에도 저자는 지금 이루어지고 있는 자본주의 비판의 상당 부분에 대해 불만을 느꼈기 때문인 것도 책을 쓰게 된 한 이유라고 한다. 이 부분을 읽을 때는 이 책이 마치 '전경련'이나 '상공회의소'에서 출간했나 싶은 생각이 들었었다..

1부는 노동과 일에 대한 다양한 전문가들의 견해와 자료들에 대한 해설과 설명이 주인데 노동을 어떤 관점으로 보는지를 3가지로 분류하여 설명하고 있다. 그것은 <표현>, <도구>, <인정> 이다. 여기에는 흥미로운 부분이 하나 나오는데 "헤겔"의​ 사상에 대한 부분이다. 처음엔 이게 뭔 소린가 했는데 몇번이고 다시 읽어보니 감이 좀 오긴 했지만 아직도 좀 어렵긴 하다.. 헤겔은 인간의 관계와 상호작용에 대해 주인과 노예의 관계를 예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는데, 여기에서 노동을 통해(자신의 사물화) 비로소 인간은 자기 자신을 산출한다 하고, "노동자들이 노동과 가난 속에서 퇴행함으로써 다른 사람들이 부를 축적하게 된다"고 했다 한다. 이것을 마르크스가 차용해서 자신이 생산한 산출물에 대한 소외가 필연적으로 발생하므로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유재산을 폐지하고 자본주의를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란다. 뭐 어쨌든. 읽다가 예전에 배웠던 유물론자들의 사상이란게 원래 이런 식으로게 이해하기 어렵게 쓰였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ㅎㅎ

2부에서 눈에 들어온 내용 중 플라톤의 이야기가 흥미로왔다. 아무도 떠맡으려 하지 않는 활동을 주민들 사이에 분배하는 것을 정당화하기 위해서 지배자가 "고상한 거짓말"을 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한다. 세부적으로는 시민들의 능력은 영혼의 일정한 "혼합"에 따라 태어날 때부터 정해져 있다고 주장하라고 했고, 이 "고상한 거짓말"은 시민들로 하여금 그들의 직업과 그들이 갖게 되는 사회적 지위를 받아들이게 하는 기능을 해야 한다고 했단다. 이 내용을 보다 보니 종교계에도 이 방법 이용하는거 아닌가 싶었다. 또하나의 기억에 남는 내용으로는 "좋은 노동은 습관과 반복적 일과를 만들어낸다"라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공감이 많이 가는 구절인데 저자는 이에 대한 설명을 위해 헤겔과 아리스토텔레스, 겔렌, 흄 등 참 다양한 사상가들의 이야기들을 인용하고 있다.

3부에서는 <노동없는 소득?>이라는 파트가 나온다. 공적연금을 말하는 것인데 그 기원에서부터 찬성,반대의 논거들을 세세하게 보여주며 설명하고 있다. 저자 자신은 무조건적인 기본소득 지급에는 반대한다고 한다.그 이유로 기본소득이 노동의 가치를 무너뜨린다는 것을 들고 있는데 노동과 소득이 분리되면 노동을 함으로써 자신의 능력을 더 발전시키려는 동기가 필연적으로 줄어든게 되기에 그렇다 한다. 마지막에는 톨스토이의 말을 언급하고 있다. "노동하고 사랑하는 법을 안다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노동하고 나의 노동을 사랑하는 법을 안다면, 우리는 이 세상에서 멋지게 살 수 있다.".. 흐흠...

책은 전반적으로 좀 이해하기 어려웠다. 지루한 감도 좀 있고 말이다. 번역서적을 읽다 보면 종종 그런 느낌 느껴지는데 이 책 역시나 그러했다. 더구나 주제 자체도 쉬운 대상이 아니었으니 이러한게 당연하다면 당연하달 것이다. 그런데 중간 중간 <노동현장의 목소리>라는 칼럼 같은게 나온다. 다양한 직업군의 사람들이 나오는데 이름을 보아하니 독일인들로만 구성된 듯 하다. 내용은 대부분 이직을 경험했었고, 지금의 상태에 만족한다는 것이 대부분이다. 단 하나의 경우, 62세의 정리해고자만 예외다.

저자가 무엇을 얘기하고자 ​하는지 이해하려면 본문보다는 제일 첫 머리, <들어가며>에 나오는 글들로 이해부터 하는게 쉬울 듯 하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들 한다. 그러한 말에서 보듯이 살아가는데 있어서 인간관계와 교류가 얼마나 중요한 문제였었는지를 알 수 있다. 그러한 인간관계나 교류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게 일을 통해서라는 것은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그런데 현대사회에서는 일의 성과나 결과가 관계나 교류보다 우선시 되고 있고, 실직을 하게 되면 할 일이 없는데다가 사람들과의 접촉기회도 상실하게 되는 경우가 많기에 많은 사회적 문제가 발생하는게 아닌가 싶다. 저자는 그러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측면에서 "좋은 노동"이라는 개념을 주장하는게 아닌가 하는게 내 생각이다.

 

 

 

작가
토마스 바셰크
출판
열림원
발매
2014.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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