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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리뷰] "어쩌다 보니, 그러다 보니" - 그저 살다 보니 해직된 MBC기자, 어쩌다 보니 스피커 장인이 된 쿠르베 이야기 -

사륜 구동 2014. 10. 21. 14:20
어쩌다 보니, 그러다 보니 어쩌다 보니, 그러다 보니
박성제 | 푸른숲 | 2014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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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리뷰] "어쩌다 보니, 그러다 보니"

- 그저 살다 보니 해직된 MBC기자, 어쩌다 보니 스피커 장인이 된 쿠르베 이야기 -

지은이 : 박성제

펴낸곳 : (주)도서출판 푸른숲

펴낸날 : 2014년 9월 26일 첫판1쇄

도서가 : 13,000원


 

 

탄노이와 같은 명품 스피커 못지 않게 좋은 품질로 알려진 스피커 브랜드 "쿠르베(Courbe)"의 제작자 겸 사장이 책을 내었다. "박성제" 바로 주인공인데, 그런데 이 분, MBC 노조위원장을 역임한 기자출신의 해직언론인이라고 한다. 기자와 수제스피커 장인이라... 연결고리가 없어 보이는 놀라운 얘기인데 책을 보면 일견 이해가 간다. 저자는 청소년시절부터 음악 듣는 걸 엄청 좋아했고, 직장에 다닌 이후로는 오디오 갈아 치우는 걸 밥먹듯 하였고, 그러다 보니 음감의 깊은 맛에 심취하게 되었다 한다. 해고된 이후에는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목공을 시작하게 되었고 집에서 쓸만한 여러가지 것들을 만들다가 우연히 스피커를 자작하게 되었는데 이후 동호회를 통해 알게된 전문가 지인들의 도움으로 스피커 회사까지 차리게 되었다는, 책 제목 그대로 <어쩌다 보니, 그러다 보니> 여기까지 굴러왔다는 것이다. 그러한 내용은 책의 띠지에 적나라하게 압축되어 표현되어 있다.

 

 

 

 

저자 박성제氏는 대학졸업후 MBC에 입사하여 기자로서 경력을 쌓아가는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한다. 그런데 어느 날, 주변상황과 지인들의 권유로 노조위원장을 맡게 되면서부터 시쳇말로 인생 꼬이기 시작했다 한다. 책에서는 입사이후부터 해고될 때까지 상황과 그 내막, 내용들을 자세하게, 실명까지 들어가며 서술하고 있다. 이 부분이 책의 절반이고, 나머지 절반이 공방에의 입문에서부터 지금까지의 모습들이다.

 


 

 

저자 약력을 소개하는 부분 하단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나온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한다. 결정하면 뒤돌아보지 않고 밀어붙인다. 잘 되든 못 되든 모든 결과는 내 책임이다." 이 말을 보았을때 저자는 전형적인 투사형 노조위원장일거란 생각이 들었다. 저자 자신도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베짱이 같은 한량기자였던 자신이 그렇게 변할 줄은 몰랐었다 한다.



 

 

책은 마치 일기와 같이 주요 토픽들을 소제목으로 하여 순차적으로 서술되어져 있다. 처음 책 소개를 봤을 때는 해고되어 실업자가 된 이후 어떻게 수제 스피커 장인이 되어 인생의 2막을 개척해 나갔는지가 주된 내용일거라 생각했었는데.. 다 읽고 보니 그런 생각, 전혀 아니지는 않지만 거리가 멀더란 걸 알게 되었다...

 



 

 

책의 절반정도인 130여 페이지까지는 저자가 지내온 MBC에서의 이야기들, 특히 노사간 갈등과 언론사들의 동향과 실상 등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책의 내용은 아무래도 노조위원장이란 시각에서 쓴 이야기이기에 일방적이란 생각이 좀 들었다. 경영층 입장에서는 어떻게 얘기할런지가 궁금해진다. 하지만 어차피 양측 주장은 서로 상반된 내용일테고 평행선일 것이기에 알아봤자 그다지 유쾌하진 않을 것 같다..

 

 

 

 

아무튼 저자는 2012년 6월 20일 전격적으로 해고를 당하게 되는데 저자는 그 원인으로 사측에서 저자를 뒤에서 파업과 시위를 주도하는 배후 인물로 보았고, 게다가 당시 사장이 저자에게 개인적 원한이 있어 복수심으로 그런거 같다고 한다. 그 외에도 낙하산 사장 임명 반대, 해직언론인 복직 등 많은 내용들 나오는데 밖에서는 몰랐었던 그 과정과 내용들이 좀 흥미로왔다. 그리고 신참 시절때는 열혈 노조활동 하던 선배가 고위간부가 된 이후로는 사측의 철저한 대변자로 바뀌더라는 사람들도 나오던데.. 뭐. 직장이란 곳이 어찌 보면 정글과 같은 곳 아닌가? 자신만 생각하고 무슨 짓이든지 하는 사람, 어딜 가도 있기 마련이란 생각이다..

 

 


 

그런데 인생의 변곡점은 갑자기 찾아오게 되었다 한다. 2012년 가을 어느 휴일날, 거실에 놓인 여동생에게 물려 받아 쓰고 있던 4인용 식탁을 보고 6인용 식탁을 직접 만들 생각을 했다 하는데 이것이 목공을 시작하게 된 계기라 한다. 그는 바로 가까운 공방을 수소문하여 그곳에서 식탁을 처음 만들었고, 그 이후로도 수납함, 헤드폰 스탠드, 와인장, 화장대 등을 만들어 가다가 우연찮게 스피커를 만들 생각을 하였다 한다. 당시 집에 있던 스피커가 장인이 만든 수제품이었기에 그걸 참고로 하여 그해 12월에 자작스피커 제작에 돌입하였다 한다..

 

 







 

 

 

작업시작후 일주일만에 첫번째 자작스피커가 나왔단다. 저자는 스피커를 제작하던 과정들을 동호회 DP에 사진과 함께 연재하여 회원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는데 DP 회원중 오디오 제조회사에서 제품 설계를 하였고 지금은 대기업 오디오 연구팀 책임자인 전문가를 알게 되어 본격적으로 전문적인 스피커를 만들게 되었다 한다. 그러다 스피커 회사까지 차리게 되었다는 것이고. "할 일도 없는데 스피커나 팔아볼까?"하는 생각에 시작한 일이 지금까지 이어져 온 것이란다...

 


 

 

 

<쿠르베>라는 브랜드를 만들게 된 사연도 나오는데, 이것 역시 <어쩌다 보니, 그러다 보니>스럽다.~ㅎㅎ 처음에는 PSJ라는 자신의 이니셜로 시작했는데 이 브랜드가 심심하다고 느껴져서 좀 더 인상깊고 상징적인 이름을 고민하게 되었단다. 당시 만든 원형디자인의 스피커를 보다가 <곡선>이란 단어가 생각났고 포탈사이트의 어학사전 기능으로 유사 단어를 검색하여 프랑스어 Crube, 스페인어 Curva, 영어 Curve의 과거분사 Curved가 눈에 띄었는데 이중 Curved를 프랑스어로 바꾼 Courbe, 발음은 <쿠루베>로 정했다는 것이다. "쿠르베"하면 떠오르는게 19세기 프랑스 사실주의 화가인데 알파벳 철자가 다르다는 것까지 저자는 고려했다 한다.

 

 


 

저자는 현재 해고무효소송 진행 중에 있다 한다. 1심에서는 해고가 부당하다고 복직시키라는 판결을 받았지만 MBC측에서 항소하여 2심이 진행중이라 한다. 하지만 언젠가는 대법원에서도 승리할 것이라고 저자는 믿고 있는데 그때가 되면 자신을 언론인으로 키워준 MBC로 반드시 복귀할 것이라고 한다. 그러면 스피커회사는??? 저자는 자신이 없더라도 쿠르베 스피커가 만들어지고 팔려 나갈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려고 이미 작업을 시작했다 한다... 저자처럼 어떤 상황이라도 돌아갈 자신의 일터, 스피커회사가 있다는게 부럽다...

참고로 쿠루베 스피커 라인업은 다음과 같다... 스피커 한짝에 수백만원대를 호가한다 하니 쉽게 지를 수 있는 물품은 물론 아니다.. 매니아들, 그들만의 세상일 수도...

 









 

 

이 책은 창업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내용은 거의 없는 듯 하다. 하지만 해직언론인인 저자가 겪은 세파를 보면서 최근 벌어졌던 미디어법 파동이나 방송가에서의 행태들을 어느 정도 엿볼 수 있었다. 어디까지가 진실인지는 모르겠지만, 자신들의 방침에 안 맞는다고 해고를 하는 사측이나 언론의 자유를 이유로 시위와 파업을 강행하는 노측이나 대다수의 국민들에게 민폐를 끼치는 것은 똑같다고 본다. 노리는 바가 다른 그 두 조직 사이에 대화를 통해 타협하여 문제를 해결한다는게 대단히 어렵다는 건 알겠지만 그래도 충돌없이 잘 해결되길 바랄 뿐이다. 그런데 다 읽고 나니 책이 마치 저자가 자신의 억울했던 사연들을 책을 통해 한풀이 하고, 자신이 일구어 낸 스피커회사도 겸사겸사 홍보하려는 그런 책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저자 역시 그런 생각, 아주 쪼금은 했을 것 같긴 하다.~ㅎㅎ

 

 

 



 

 

 

작가
박성제
출판
푸른숲
발매
2014.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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