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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후기] "일본 내면 풍경" - 한국은 일본을 너무 모르고, 일본은 한국을 너무 잘 안다 -

사륜 구동 2014. 9. 1. 14:08
일본 내면 풍경 일본 내면 풍경
유민호 | 살림 | 2014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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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후기] "일본 내면 풍경"

- 한국은 일본을 너무 모르고, 일본은 한국을 너무 잘 안다 -


 

지은이 :​ 유민호

​펴낸곳 : (주)살림출판사

펴낸날 : 2014년 8월 15일 초판1쇄

도서가 : 15,000원​



 

 

최근 들어 일본의 우경화에 대해 우려하는 이야기가 많이 들린다. 전범 위패를 보관한 야스쿠니신사 참배부터 일본은 위안부 강제동원하지 않았다는 망언까지 일본 정치인들의 우경화 발언이 날이 갈수록 점점 수위가 높아지는게 그 이유인데, 대체 그들은 무슨 목적으로 그런 분위기를 조성하려 하는지가 궁금했었다. 포퓰리즘? 선거를 위한 이미지 메이킹? 여러가지 원인들이 이야기 되고는 있지만 딱히 그것만 이라 보긴 뭔가 부족하단 느낌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일본의 분위기에 대해 저자 나름의 시각을 가지고 분석한 책이 소개되었길래 관심을 가지고 읽어 보았다. 그들은 왜 그러한 행동을 하게 되는걸까?

 

책에서는 일본이란 나라, 민족의 특징으로 "공기론"을 말하고 있다. 일본론의 기본 교과서라는 야마모토 시치헤이의 <공기의 연구>라는 책에 따르면 일본 사회와 조직은 '공기'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누가 나서서 주장하고 끌고 나가는 것이 아니라, 분위기와 흐름 속에서 의사를 결정하고 집행, 평가한다는 것인데, 특히 일본인은 이에 예민하고 빠르게 반응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예를 드는게 '전함 야마토', '태평양전쟁', '위안부'를 얘기하고 있다. 하나같이 동일한 공통점이 이에 대해 의사결정한 자, 즉 책임자가 없다는 것이다. 이는 개별적으로는 이 길이 아닌데라고 생각하더라도, 일단 어느 방향으로든 공기가 드리워지면 그것이 아무리 비합리적,비이성적이더라도 일사분란하게 각자의 역할의 일을 그대로 수행해 버린다는 것이다. 그 '공기'에 반하여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지 않는다면 '이지메', 집단왕따를 당하게 되어 퇴출된다는게 일본사회와 조직의 문화란다. 흐흠.. 단편적으로 알고 있던 일본에 대해 생각해 보면 그럴 것 같은 얘기로 들린다..

 

본 도서의 저자인 유민호는 정치외교학을 전공하여 방송국 기자를 하다가 퇴직하고 일본 마쓰시타정경숙이라는 곳에 입숙하였다고 한다. 그 당시부터 일본의 문화와 세계관을 분석하고 공부하기 시작하였다고 하는데 일본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시선과 경험, 의견을 바탕으로 하는 일본론이 필요하다는 신념을 가지게 되었다 한다. 현재는 워싱턴에서 세계 정세를 분석하는 글쓰기를 하고 있단다.

 

 

 

 

책은 서문과 1~4부, 총 16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일본과 일본인>이란 타이틀로 저자의 시각으로 바라 본 일본 사회의 분위기와 가치관, 행동강령 등을 이야기하고 있다. 여기에서 시선이 가는 부분이 "일본인의 행동강령, 주신구라"란 부분인데 이 내용, 상당히 흥미로왔다. <주신구라>란 주군을 위한 복수의 실행후 전원 할복자살한 에도시대의 사건을 극화한 스토리를 말하는데 이게 일본에서는 아름답고 존경받는 미덕의 정수로 숭앙받는단다.. 47명의 낭인들이 2년동안 비밀을 유지하고 복수를 성공시킨 후 집단 할복하는게 아름다운 스토리라.. 카미카제(神風)가 떠올랐다.. 그 나라에선 주군을 지키고 부하를 믿는게 무엇보다도 중요한가 보다. 심지어 혈연보다도 말이다..

 

2부는 <일본의 소프트 파워>를 제목으로 하고 있는데, 주 내용이 한국과 일본간 소프트 파워를 비교하여 그 차이가 무엇인지를 보여 주는 것이다. 그런데 주관적인 측면이 많이 들어간 듯 보인다. 소프트파워의 범주를 어디까지 볼 것인가에 따라서도 많이 달라질 것 같고, 어떠한 것이 더 강한것인가 판단하는 것도 보는 사람의 시야에 따라 많이 틀려질 것 같은데.. 저자는 일본의 소프트 파워는 '풀뿌리'식 접근방법에서 나온다고 보는 듯 하다. 2020년 도쿄올림픽 유치전에서 일본은 스포츠외교를 통해 유럽의 강력한 경쟁자인 스페인을 탈락시키고 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되었는데 일본은 이를 위해 프랑스와 연합하는 등 사전에 여러 방면으로 막후 정치를 펼쳤다면서 이러한 성공의 이면에는 일본의 소프트 파워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은 이에 대해 제대로 된 전망이나 분석을 거의 하지 못하고 있었다 한다..

 

3부는 <진화하는 미일동맹 2.0>이 제목인데 제목과 같이 미일간의 관계가 우리가 알고 있는 내용과 무엇이 다른지, 어떻게 그런 관계로 이어가고 있는건지를 설명해 주고 있다. 저자는 일본이 미국의 암묵적 동의하에 계속 우경화로 나아갈 것이라고 보고 있다. 미국은 중국을 경계하면서 일본은 통제할 수 있는 수준에 묶어두려는 것이 동아시아에 대한 기본 방향인데 그러면서도 여기에 소요되는 국방비의 부담 일부를 일본에게 분담시키려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미국이 일본 정치가들의 야스쿠니 참배 이후에 성명을 발표하였는데 이 성명의 수준을 보면 미국이 일본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알 수 있다고 한다. 성명에는 '실망(disappoined)'이란 단어를 사용했다는데, 이 단어는 미국의 절대우방이라고 하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폭격한 후에 표현한 '깊이 실망(deeply disappointed)'보다도 낮은 수준의 외교적 수사에 해당한다고 한다..

 

4부는 <태평양 전쟁의 유산>이 타이틀이다. 이 부분에서 저자는 미드웨이 해전이나 후쿠시마 원전사고, 위안부문제에 대한 일본의 애매한 태도는 일본어 특유의 언어감각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고 하면서 일본어의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일본인들의 어법은 주어와 목적어를 생략한 수동형 어법이 일상적이라고 한다. 만약 길에서 우연히 원수를 마주치면 하게 되는 말, "죽여버리겠다"를 예로 들고 있는데 이건 일본에서는 보기 힘든 말이란다. 일본인들은 이 경우 "죽어줘야겠다"라고 표현한다고 한다... 이러한 표현법으로 인해 일본에서는 문서나 서류를 통해 사실관계 확인이나 증거를 확보하기가 매우 애매하다고 한다. 물론 <공기>가 지배하는 일본에서는 아예 처음부터 증거로 삼을 만한 서류가 존재할 수 없다는게 정확한 일본사회구조의 생리이긴 하단다...

 

 

 

 

이처럼 책은 일본에 대해 조금은 색다른 분석내용을 보여주고 있다. 책에서 설명한 미국과 일본의 관계에 대한 내용은 언론에서 말하는 것과는 많이 다른 내용들이었는데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인지는 모르겠지만 매우 설득력있게 들리는 내용들이란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는 지정학적 위치로 인해 주변강대국의 영향을 많이 받아 왔다. 그러한 상황에서 국가의 안위를 위해서는 주변국들의 정세와 그들의 사고방식, 문화, 가치관들을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과 같이 현지에서 체험하고 느낀, 그 나라의 내면을 들여다 보는 분석 서적은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본 도서는 일본의 다면적인 모습과 독특한 문화, 조직생리에 대해 알 수 있게 하는 좋은 책으로, "일본은 있다,없다"말고도 "일본은 없지 않다"라는 조금은 다른 시각으로 쓰여진, 현지에서 체험하고 느낀 바를 분석한 책으로서 일독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된다.

작가
유민호
출판
살림
발매
2014.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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