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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힐링 심리학 <나는 원래 행복하다> 말글빛냄 ~9/7

사륜 구동 2012. 8. 29. 19:39

[서평] 힐링 심리학 <나는 원래 행복하다> 말글빛냄 ~9/7

 

 

 

저 자 | 스티븐 S. 일라디

사 양 | 신국판 변형

가 격 | 13,800원   쪽 수 | 290쪽

I S B N | 978-89-92114-79-0 (부가기호:03180)

발 행 일 | 2012년 8월 15일

 

 

 

이 책 <나는 원래 행복하다>는...

 

 

인간은 원래 행복하다

일상에서 찾는 마음의 치유 - 행복한 삶을 위한 힐링 심리학

 

최근 연구에 따르면 현대의 수렵-채집인들에게서 정신질환이 나타나는지를 조사했는데, 놀랍게도 그런 부족들에게서는 임상적인 우울증이 거의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그들은 우리의 조상과 비슷한 생활을 하고 있다. 그들은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물질적인 풍요나 의료 기술의 혜택을 누리지 못한 채 고된 생활을 하고 있지만, 우리 주변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삶을 망가뜨리고 있는 우울증의 영향은 거의 받지 않는다.

 

**인류학자 에드워드 쉬펠린Edward Schieffelin이 거의 십 년 동안 뉴기니 고지대의 칼룰리 족과 함께 생활하면서 2천 명 이상의 남성, 여성, 아이들에게 그들이 느낀 슬픔이나 우울함에 관해 조사해 보았는데, 우울증이라는 진단을 내릴 수 있을 만한 사람은 단 한 명뿐이었다. 그러나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현재 미국 인구의 25%가 우울증을 앓고 있거나 경험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우울증 발병률은 수십 년간 계속 증가했으며 저소득 국가(약11%)에 비해 선진국(약20%)에서 발병률이 높았다.**

 

이런 비교 문화 연구를 통해 우리는 한 가지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생활방식이 “현대적인” 사회일수록 우울증 발병률이 높다는 사실이다. 복잡해 보이지만 답은 간단하다. "인간의 몸은 산업화 이후의 환경에 맞게 만들어져 있지 않다"는 것이다. 농업을 발명하고 가축을 기르기 시작한 약 1만 년 전까지 지구상의 모든 인간은 수렵과 채집으로 식량을 구해 생활했다. 인간은 인류 역사의 대부분을 수렵-채집인으로 살았으며, 우리의 유전자는 여전히 이 역사를 반영하고 있다. 수렵-채집인 선조들이 살던 시대로부터 유전자는 크게 변하지 않았고 지금도 그 고대 환경에 맞춰져 있으며 사실상 여전히 석기시대의 몸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렇듯 원래 인간은 형편없는 영양 상태로, 실내에 앉아서.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사회적으로 고립된 채, 정신없이 돌아가는 21세기를 살아가도록 만들어지지 않았다.

 

점점 더 어긋나고 있는 생활방식이 현대에 만연한 우울증의 주원인임을 밝혀낸 일라디 박사는, 수많은 우울증 환자들이 고대의 치유적인 여섯 가지 생활 습관을 되찾음으로써 약물복용 없이 이 파괴적인 병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왔다.

이 책에서 소개되는 생활개선 6단계 프로그램(TLC, Therapeutic Lifestyle Change)은 현대인들에게 이미 오래전에 실행되었어야 할 상식적인 개선책을 제시한다. 저자인 일라디 박사는 항우울제 복용으로 큰 도움을 얻지 못한 심한 만성 우울증 환자들에게서도 TLC 프로그램의 효과를 확인하고, 이 프로그램의 단계별 안내서인 이 책을 집필하기에 이르렀다. 이 프로그램의 가장 중요한 성과는 우울증을 그 근원에서부터 다루고 있다는 사실이며, 또 우울증 환자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고, 어쩌면 우리의 인생에서 부딪히게 될지도 모르는 이 파괴적인 병을 예방하고 건강한 삶을 유지하기위해 누구에게나 유익하게 활용할 수 있는 생활개선 프로그램이라는 점에 있다.

 

 * 생활개선 6단계 프로그램(TLC) *

 

1 단계: 오메가 3 지방산 복용(뇌가 좋아하는 음식)

인간의 뇌는 수분을 제외하고 약 60%가 지방이다. 지방 분자(지방산이라고도 한다)는 뇌 세포의 구성과 신경 섬유의 보호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다행히 우리 몸은 뇌에 필요한 지방 분자들 중 상당 부분을 만들어낼 수 있다. 그러나 우리 몸이 스스로 생산할 수 없는 유형의 지방들도 있다. 이런 지방들은 음식물의 섭취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다. 가장 중요한 식이지방 중 한 가지는 오메가-3 지방산이라 불리는 것으로, 뇌의 구성과 기능에 꼭 필요한 요소다. 오메가-3 지방산은 주로 생선, 야생 짐승, 견과, 씨앗, 잎줄기채소 등에 함유되어 있다. 모두 수렵-채집인의 식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식량자원들이다. 우리의 선조들은 우리보다 오메가-3 지방산을 5~10배 더 많이 섭취했다. 그러나 오메가-3 지방산은 지난 1세기 사이에 현대인의 식단에서 점차 사라져갔다. 뇌가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오메가-3 지방산이 꾸준히 공급되어야 하기 때문에, 음식을 통해 이 지방산을 충분히 섭취하지 않는 사람들은 우울증을 비롯한 여러 가지 정신 질환에 걸릴 위험이 점점 높아진다. 전 세계적으로 오메가-3 섭취율이 높은 나라들은 대개 우울증 발병률이 가장 낮다.

 

2단계: 생각하지 말고 행동하라(고민은 짧게)

반추는 무언가가 잘못되고 있을 때 인간이 취하는 본능적인 반응이다. 마치 우리가 최근에 있었던 안 좋은 일들을 마음속으로 몇 번이고 숙고해야만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는 것 같다. 약간의 고민은 이로울 수 있다.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어떻게 하면 바로잡을 수 있을지, 그리고 앞으로 또 다시 좋지 않은 결과가 발생하지 않게 하려면 무엇이 도움이 될지를 좀 더 명확하게 판단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이미 충분한 시점이 한참 지났는데도 그 고민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반추가 길어지면 몇 가지 악영향이 발생할 수 있다.

우선, 반추는 부정적인 감정을 증폭시킨다. 슬픈 일들을 생각하고, 잠재적인 위협에 생각이 고정되면 필연적으로 침울해지고 불안감이 높아지기 시작한다. 또한 반추는 우리의 활동을 위축시킨다. 반추는 우리를 무기력하게 만들고 머릿속에 갇혀 있게 만드는 사고 과정이다. 곰곰이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우리는 특히 활동을 피하는 경향이 있다. 활동을 하게 되면 어쩔 수 없이 주의가 머릿속의 생각에서 주변 세상으로 끌려가기 때문이다. 반추는 우리를 고립시킨다. 사회적인 측면에서는 특히 그렇다. 사람들과 만나는 자리에서 머릿속의 생각에 사로잡혀 있으면 그 사람은 정신적으로는 그곳에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상대방이 말을 걸면 겉으로 듣는 시늉만 할 뿐 계속 자기만의 작은 세계 안에서 생각의 바퀴를 빙빙 돌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일이 습관이 되어버리면 인간관계에 큰 타격을 입게 된다. 반추는 우리의 감정을 격화시키는 강력한 힘을 갖고 있어서, 뇌의 스트레스 반응 회로를 지속적인 과열 상태로 몰고 간다. 그리고 이런 과열 상태는 본격적인 우울증을 유발할 수 있다.

 

3단계: 운동(항우울제 역할)

수렵-채집인들은 놀라울 정도로 몸 상태가 좋다. 그들은 일류 운동선수들 못지않게 규칙적으로 날마다 몇 시간씩 운동을 한다. 그들은 매일 10~15 킬로미터를 걸어 식량과 물을 구하고, 부족의 나머지 사람들에게 이 식량과 물을 가져다주기 위해 다시 그만큼의 거리를 걷는다. 그들은 스스로 집을 만들고, 무게가 수십 혹은 수백 킬로그램 되는 통나무를 일상적으로 들어 나른다. 그리고 몇 시간씩 의식을 올리며 춤을 추기도 한다.

사실상 수렵-채집인들의 생활은 들어올리기, 나르기, 전력질주, 등반, 걷기, 스트레칭, 도약 등을 날마다 수도 없이 반복하는 격렬한 교차 훈련과도 같다. 반면 현대인들은 지나치게 앉아서만 생활하고 있어서 대다수는 걱정스러울 정도로 몸 상태가 엉망이다. 많은 사람들이 소파에서 냉장고까지 정도의 거리 밖에 뛰지 못한다.

운동은 곧 약이다. 운동은 매우 강력한 항우울제 역할을 한다. 마치 한 알의 약처럼 운동은 중요한 뇌 화학물질과 호르몬 활동에 영향을 주어 확실히 뇌의 기능을 변화시킨다. 임상의들은 우울증 치료 과정에서 유산소운동과 졸로프트Zoloft(가장 흔히 처방되는 항우울제)의 효과를 직접 비교했다. 적은 양(일주일에 3번 30분씩 힘차게 걷기)만으로도 운동을 한 환자들은 약을 복용한 환자들만큼 호전을 보였다.

 

4단계: 햇빛받기 (빛의 놀라운 치유력)

수천 년 전의 조상들은 매일 온종일 밖에서 생활했기 때문에, 기분을 북돋우고 SAD(계절성 우울증)를 예방하기에 충분한 양의 빛을 늘 받고 살았다. 현대의 수렵-채집인들도 마찬가지다. 몇 세대 전의 사람들만 해도 대개 날마다 최소한 몇 시간씩은 야외에서 보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의 상황은 다르다. 굳이 밖으로 나가려 하지 않는 경향이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 그리고 나가고 싶어도 규칙적으로 밖에서 몇 시간씩 보낼 만큼 여유로운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단순히 맑은 날 외출하면 기분이 밝아진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빛에 노출되는 시간과 우울증 사이에는 더욱 깊은 연관 관계가 있다. 그리고 이 관계는 인간의 체내 시계와 관련이 있다. 뇌는 우리가 날마다 받는 빛의 양을 측정해서 이 정보를 바탕으로 우리의 체내 시계를 재설정한다. 빛을 충분히 받지 못하면 체내 시계는 결국 어긋나게 되고, 그렇게 되면 활력이나 수면 시간, 식욕, 호르몬 농도 등을 조절하는 중요한 ‘24시간 주기 리듬’이 무너지게 된다. 이런 중요한 생물학적 리듬이 무너지면 임상적인 우울증이 유발될 수 있다. 자연 일광은 실내조명보다 훨씬 밝기 때문에(평균적으로 100배 이상 밝다), 30분 동안만 햇빛을 받아도 체내 시계를 재설정하기에 충분하다. 구름이 많이 낀 날에도 대부분의 실내보다 실외가 몇 배는 더 밝아서, 몇 시간 동안 밖에서 빛을 받으면 24시간 주기 리듬을 잘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해가 뜰 때부터 질 때까지 실내에서 생활하면 체내 시계가 어긋나기 시작한다.

 

5단계: 친구와 함께(사회적지지)

현대의 수렵-채집 부족들을 직접 찾아가 연구한 인류학자들이 그들의 생활을 관찰하면서 예외 없이 발견하는 한 가지 특징이 있다(수렵-채집인들은 홀로 시간을 보내는 일이 거의 없다). 일반적으로 한 마을의 구성원 수는 50∼200명밖에 안 되지만 그들이 행하는 거의 모든 일들이 사회활동의 일환으로 보인다. 그들은 사냥이나 요리, 식사, 놀이, 식량 마련, 수면, 몸단장 등의 활동을 모두 가까운 친구들이나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한다. 외로움이나 사회적 고립은 그들에게는 미지의 개념이나 다름없다. 우리의 생활방식과는 완전히 다르다. 우리는 가장 소중한 사람들과 잠깐 얼굴을 마주할 시간도 내기 어려울 때가 많다. 이전 세대들에 비해 친구나 이웃, 친척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훨씬 적을뿐더러, 교회나 회당, 혹은 로터리클럽이나 걸스카우트 같은 시민단체의 사람들과 교류하는 일은 더더욱 드물다.

현재 많은 현대인들이 여가 시간 대부분을 혼자 집에 틀어박혀 TV나 컴퓨터 앞에 앉아서 보낸다. 그들은 매주 몇 시간씩 교통 체증 속에 혼자 앉아 있고, 식사도 혼자 할 때가 많다. 게다가 이제는 온라인이나 스마트 폰을 통해 쇼핑도 혼자 할 수 있다. 기술의 발전은 우리의 사회적 고립을 심화시키고 있다. 안타깝게도 첨단 도구들은 언제나 우리들을 서로 단절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 우울증이 불러오는 가장 큰 비극 중 하나는, 이렇게 이미 고립되어 가고 있는 사람들을 더욱더 주변 세상으로부터 멀어지게 만든다는 점이다.

 

6단계: 건강한 수면 습관

우리는 왜 잠을 자는가? 무엇을 위해 잠을 자는가? 수 세기 동안 과학자들은 이 물음에 대한 만족스러운 답을 찾아내지 못했다. 50년 전까지만 해도 많은 사람들은 잠을 쓸모없고, 생물학적인 휴식 시간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제는 관점이 달라졌다. 신경과학이 발전함에 따라, 4백 년 전에 셰익스피어가 직감한 것처럼 충분한 잠은 육체와 정신 모두의 행복을 위해 꼭 필요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실제로, 잠을 자는 동안에만 우리의 몸과 뇌는 수백만 개의 세포가 날마다 입는 미세한 손상을 치료할 수 있고, 신체 기능이 순조롭게 유지되도록 그날그날의 조정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잠은 우리가 전력을 발휘할 수 있게 도와준다. 잠은 우리의 행복에 없어서는 안 될 요소이기 때문에, 며칠 밤만 잠을 제대로 못 자도 악영향들이 쌓이기 시작한다. 기억력과 집중력이 떨어지고, 짜증이 늘고, 판단력이 흐려지고, 반응 시간이 느려지고, 몸의 움직임이 둔해지고, 활력이 없어지며, 면역 기능이 감퇴한다.

수면 부족이 계속되면 훨씬 더 심각한 결과가 초래된다. 몸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되고 수면 부족이 육체적인 고통으로 느껴지기 시작한다. 그래서 고의로 잠을 자지 못하게 하는 일은 이제 고문의 한 형태로 간주되기도 한다. 충분한 수면이 중요하다는 사실은 명백하지만 현대인은 그 중요한 것을 좀처럼 얻지 못한 채 살아간다. 수렵-채집인들은 매일 밤 약 10시간씩 잠을 잔다(그들의 수면 주기는 자연의 어둠과 빛이 오고 가는 주기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19세기에는 성인들도 평균적으로 족히 9시간씩은 잠을 잤다. 그러나 현대인의 평균 수면 시간은 많아야 6~7시간이다. 당연히 현대인은 대부분 늘 졸린 상태로 걸어 다니면서 오직 카페인이나 여타 흥분제로 수면 부족을 메우고 있다. 사람마다 필요한 수면 시간은 조금씩 다르다. 평균보다 적게 자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대개는 괜찮지 않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에게 필요한 수면 시간을 너무 적게 추산하고 있다. 임상실험 결과 가장 이상적인 수면 시간은 8시간으로 조사 되었다.

 

생활개선이 필요한 시대

생활방식은 우리의 기분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단순한 사실이지만, 우울증 극복과 관련해서 이 사실이 갖는 의미는 매우 깊다. 위에 기술한 여섯 가지 요소들이 한데 모이면 그 어떤 항우울제 못지않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이 요소들은 뇌에도 중요한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현대의 수렵-채집인들에게는 각각의 요소들이 충족되어 있고,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그토록 고된 생활을 하면서도 거의 우울증에 걸리지 않는다. 수렵-채집인 선조들의 시대 이후로 세상은 엄청나게 변화했지만, 이 보호적인 생활방식의 요소들은 1세기 전까지만 해도 현대인의 삶에 (약하게나마) 여전히 존재하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 수십 년 사이에 이 요소들은 점차 사라졌고 그에 발맞춰 우울증 발병률은 급등했다. 현대의 우울증 확산으로 타격을 입지 않은 유일한 집단은 미국의 암만교도Amish들이다. 여전히 18세기의 생활방식을 고수하고 있는 암만교도들은 우울증 발병률이 일반 국민들에 비해 현저하게 낮다. 우울증 발병 위험은 산업화된 사회 전역(영국, 독일, 호주, 뉴질랜드, 한국 등)에서 최근 수년 간 끊임없이 증가했다. 단지 미국에서만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 아니다.

개발도상국들(제3세계)은 서구에 비해 우울증의 발병률이 매우 낮다. 그러나 전통적인 생활방식에서 서구적인 생활방식으로 바뀌어가고 있는 많은 국가에서 우울증의 확산이 가속화되기 시작했다.

 

  본문발췌

 

 그런데 수렵-채집인들은 어떻게 인생의 역경을 그토록 잘 헤쳐 나아갈 수 있는 것일까? 몇 년 전 이 수수께끼와 싸우기 시작했을 때 나는 몇 번이고 이런 의문을 떠올렸다. 해답을 찾기 위해 수많은 책들을 읽은 후 얻게 된 결론은, 깨닫고 나서 보니 아무도 이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다는 게 놀라울 정도로 너무나 명백했다.* 수렵-채집인들의 생활방식은 매우 항우울적이다. 수렵-채집인들은 우울증의 발병을 막는 많은 일들을 일상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하고 있다. 그들은 그 어떤 약보다 강력하게 뇌를 변화시키는 일들을 하고 있다. 즉, 그들은 치유의 삶을 살고 있다.

대부분의 인류 역사에 걸쳐 누구나 이런 고대 생활방식의 요소들이 가져다주는 항우울 효과의 혜택을 받았다. 선조들은 오늘날의 우리가 겪는 것보다 훨씬 더 힘든 상황도 잘 이겨낼 수 있었다. 그러나 지난 몇 백 년 사이 과학기술이 무서운 속도로 발전했고 고대 생활방식의 많은 보호적 요소들이 점차 사라졌다. 그 결과 우울증 발병률은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치솟기 시작했다. 우리의 석기시대 뇌는 홀로 실내에 앉아 잠을 빼앗긴 채 패스트푸드로 배를 채우며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21세기 생활에 잘 대처해 나가도록 만들어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앞으로 이 책에서는, 우리가 되찾아야 할 생활방식의 여섯 가지 주된 요소들이 얼마나 강력한 항우울 효과를 지니고 있는지 살펴볼 것이다.

1장. 우울증 극복의 열쇠는 생활의 변화 019-020

 

내가 듀크대학병원에서 심리학 인턴으로 일하던 시절 어떤 환자에게서 들었던 이야기는 우울증이 수반하는 극심한 괴로움을 좀 더 균형 잡힌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게 해주었다. 그는 병원에 입원하기 직전에 하루 종일 방바닥에서 태아처럼 몸을 웅크린 채 움직일 기운도 일어날 힘도 없이 흐느껴 울기만 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저녁에 상태가 조금 나아진 것 같아서 그는 억지로 일어나 식료품점으로 향했다. 오랫동안 미뤄두었던 일이었다. 가게 안의 통로를 천천히 왔다 갔다 하던 그는 계산대 근처에서 휠체어에 앉아 있는 초췌한 남자를 발견했다. 그 남자의 두 다리는 눈에 띄게 말라 있었고 한쪽 팔은 어깨 바로 아래에서 절단되어 있었다. 그의 옆을 지나가던 많은 손님들이 동정 어린 눈빛으로 그를 돌아보았다. 이 장면을 바라보면서 내 환자는 생각에 잠겼다. “내가 몇 달째 괴로움에 시달리고 있다는 건 아무에게도 보이지 않는구나. 저 사람들이 보기에는 걱정할 일도 동정할 일도 없겠지. 하지만 내가 겪고 있는 것을 저들이 실제로 볼 수 있다면, 내가 이 우울증에서 해방되기 위해 당장이라도 오른팔을 내놓을 수 있다는 사실을 저들도 알 수 있을 텐데. 이 고통에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 정말 무엇이라도 (팔다리라도) 내줄 수 있을 텐데.”

                                                                                                                      2장. 우울증이란 무엇인가 044

 

1960년대 초에 젊고 유능한 정신과 의사 아론 벡Aaron Beck은 프로이트의 이론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그는 심리치료에 대한 학계의 인식을 완전히 뒤집었다.

벡은 자신이 진료하는 우울증 환자들 대부분이 프로이트가 말한 깊고 억눌린 어린 시절의 정신적 상처를 갖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오히려 그들은 현재의 속상한 일들을 생각하며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들은 부정적인 생각을 곱씹는(반추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들의 부정적인 생각은 주변 세상에 대한 극히 비관적인 해석을 반영하고 있는 것처럼 보일 때가 많았다.

벡도 이야기했지만, 아무런 해가 없는 사건도 부정적인 생각들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일례로 작년에 내가 진료했던 환자 한 명은 식료품점에서 계산원이 앞에 있는 손님에게 따뜻하게 미소 짓는 모습을 보고 이런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왜 내게는 저런 미소를 짓지 않을까? 저 계산원은 분명 지난번에 내가 여기에 왔을 때는 내게 저런 미소를 보이지 않았는데. 아마 그녀는 내게 뭔가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걸 거야. 나를 싫어하는 게 분명해. 아무도 날 좋아하지 않아.”

벡은 이런 부정적인 생각들이 사람들을 더욱 우울하게 만든다고 확신했다. 그래서 그는 환자들에게 어떤 시도를 해 보도록 권하기로 했다. 그는 환자들에게 그들의 생각을 글로 적고 그 글을 객관적인 눈으로 읽어 보라고 했다. 환자들은 자신의 부정적인 해석이 과연 옳은 것인지 재고하고 그런 해석 대신 덜 치우친 생각을 적어 넣기 시작했다. ‘인지치료cognitive therapy’라는 이 새로운 치료 방식을 통해 일부 환자들은 상당히 빠르게, 대개 몇 주 만에, 기분이 나아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벡은 치료가 수년 간 혹은 수십 년 간 계속되어야 한다는 프로이트의 견해를 무시하기로 했다. 인지치료의 전체 과정을 마치는 데는 3~4개월 밖에 걸리지 않는다는 것이 벡의 견해였다.

3장. 현재까지의 우울증 치료법 072-073

 

인간은 습관의 동물이다. 신문을 읽든, 개를 산책시키든, 침구를 정리하든, 우리가 습관적인 행동에 몰두하고 있을 때마다 뇌의 보상경로reward pathway가 기쁨으로 활성화된다. 그래서 평소의 생활방식을 바꾸기가 그토록 어려운 것이다. 새로운 방식을 받아들이는 것보다 기존의 방식을 유지하는 편이 훨씬 만족스럽기 때문이다. (새로운 행동을 습관으로 완전히 정착시키려면 적어도 몇 주 동안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 그러고 나서야 그 행동은 우리에게 만족을 주기 시작하고 스스로 지속된다.)

요컨대, 생활방식의 변화는 말처럼 쉽지 않다. 해마다 수많은 사람들이 운동을 시작하겠다고, 혹은 건강에 좋은 음식을 먹거나, 담배를 끊거나, TV 보는 시간을 줄이거나, 잠을 더 많이 자겠다고 다짐하지만 성공하는 사람은 드물다. 생활방식을 변화시키는 일이 쉬웠다면 지금처럼 미국의 성인 3분의 2가 과체중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우울증은 새로운 활동의 시작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앞서 말했듯이 우울증은 우리 뇌에서 의도를 행동으로 옮기게 해주는 영역인 좌측 전두피질의 회로들을 정지시킨다.

이렇게 말하면 TLC 프로그램에서 권장하는 생활방식의 변화들이 마치 허황된 꿈처럼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TLC 프로그램을 생활의 중심에 둠으로써 우울증 없는 삶을 살게 된 사람들을 수도 없이 많이 보았다. 그들은 어떻게 성공한 것일까?

그들은 대부분 도움을 받았다. 도움이 필요했다. 지난 수년간 내가 지켜본 환자들 중에는 TLC 계획안을 단지 듣거나 읽고 혼자서 완벽하게 실천한 사람들도 몇 십 명 있기는 했지만, 그런 사람들은 그야말로 예외일 뿐이다. 대개 그들은 우울증의 증상들이 비교적 가벼운 편이어서, 필요한 변화들을 수행할 에너지와 의욕이 있었다.

그러므로 만약 이 책에 소개된 생활방식의 변화들을 혼자서 완수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그런 사람은 당신뿐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하기 바란다. 임상적인 우울증 환자들이 이런 어려움을 겪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훌륭한 코치의 도움이 있다면 TLC의 모든 요소들이 가져다주는 혜택을 충분히 얻을 수 있을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의도를 행동으로 바꿀 수 있게 도와줄 누군가가 있으면 된다. 각 단계를 충실히 실천하도록 부드럽게 격려해줄 수 있는 TLC 코치가 있다면 그 사람이 좌측 전두피질의 역할을 대신해줄 수 있는 셈이다.

11장. 생각만큼 실천이 쉽지 않을 때 261-262

 

저자소개

 

 

지은이 | 스티븐 S. 일라디Stephen S. Ilardi, PhD

듀크대학교에서 임상심리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20년 넘게 연구자로서, 대학 교수로서, 임상의로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 캔자스대학교 임상심리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지난 6년에 걸쳐 그와 그의 임상 연구팀은 점점 더 어긋나고 있는 생활방식이 현대에 만연한 우울증의 주원인임을 밝혀내고 수많은 우울증 환자들이 고대의 치유적인 여섯 가지 생활 습관을 되찾음으로써 이 파괴적인 병을 극복할 수 있도록 생활개선요법(TLC)이라는 효과적인 우울증 치료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그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수백 명의 우울증 환자를 치료했다. 그는 또 정신질환에 관한 전문적인 논설 및 논문을 40편 이상 발표했으며 저서로는 <Handbook of Research Methods in Clinical Psychology(공저)>가 있다.

 

옮긴이 | 채은진

서울여자대학교를 졸업하고 전문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주요 역서로는 <튜더스>, <대통령의 오판>, <서구의 자멸>, <다빈치의 유산>, <권력과 광기>, <미모의 역사>, <인류의 조상을 찾아서>, <아인슈타인, 신이 선택한 인간>, <무엇이 우리를 인간이게 하는가>, <누가 달을 만들었는가>, <천재 파티시에, 프랑스 요리의 왕> 등이 있다.

 

 

차 례

 

 

프롤로그

 

Part 01 우울증 바로 알기

01 우울증 극복의 열쇠는 생활의 변화

항우울적인 생활방식 | 생활개선이 필요한 시대

02 우울증이란 무엇인가

증상과 진단 | 우울증과 뇌 | 위험 요인 | 우울증 극복의 가장 큰 어려움

03 현재까지의 우울증 치료법

항우울제는 과연 얼마나 효과적인가 |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 치료는 소파에서만 이루어지는 게 아니다 | 극단적인 치료법 | 생활개선이 필요한 이유

 

Part 02 생활개선요법의 여섯 단계

04 뇌가 좋아하는 음식

뇌의 대부분은 지방으로 이루어져 있다 | 오메가-3와 오메가-6 | 화학적 불균형 | 균형 회복 | 오메가-3의 종류 | 오메가-3, 어떻게 복용해야 할까 | 자주 묻는 질문들

05 생각하지 말고 행동하라

고민은 짧게 | 습관 고치기: 반추하는 시간 인식하기 | 습관 고치기: 관심 돌리기 | 무엇이든 지나치면 독이 된다

06 운동은 강력한 항우울제

운동의 딜레마 | 운동의 이점 | 운동을 더 쉽게 할 수 있을까? | 1단계: 유산소 운동의 범위 알기 | 2단계: 운동 선택하기 | 3단계: 운동량과 시간, 빈도 정하기 | 4단계: 운동을 즐겁게 | 5단계: 일정표 만들기 | 6단계: 일정하게 그러나 융통성 있게 | 7단계: 도움이 필요할 때

07 빛의 놀라운 치유력

빛이 주는 선물, 세로토닌 | 체내 시계가 맞아야 행복하다 | 계절성 우울증(SAD) | 빛 치료법 | 언제 빛을 받는 게 좋을까 | 자주 묻는 질문들 | 비타민 D 처방

08 친구와 함께

관계는 생각보다 다양하다 | 친구 | 먼 곳에 사는 친구들 | 해로운 관계 | 배우자 | 선행이 주는 행복 | 동물 돌보기 | 공동체 찾기 | 결론

09 건강한 수면 습관

나에게 필요한 수면 시간 정하기 | 건강한 수면 습관 10가지 | 과면증 | 그래도 해결되지 않는다면

 

 

Part 03 실생활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

10 종합적인 실천 방법

시작하기 전에: 의사와 상의하기 | 호전 상황 점검: 12주 자가진단 | 우울증 없는 삶

11 생각만큼 실천이 쉽지 않을 때

의도와 실천 | TLC로 충분한 효과를 얻지 못했을 때 | 항우울적인 생활개선을 한 단계 더 높이기

 

부록 - 우울증 자가진단 척도

감사의 글